2025-05-06 HaiPress
14일(현지시간) 폴란드 크라쿠프 ICE 콩그레스 센터에서 열린 제76회 세계뉴스미디어총회에서 ‘자유의 황금펜’ 상을 공동 수상한 우크라이나 독립 언론인들. 세계신문협회 “빅테크 기업의 인공지능(AI)이 공정성을 배워야 할 때다.”
4일(현지시간) 폴란드 크라쿠프에서 개막한 제76회 세계뉴스미디어총회(WNMC 2025)에서 날 선 비판이 쏟아졌다. 총회를 주최한 세계신문협회(WAN-IFRA)의 라디나 하임가르트너 회장은 “이들 기업은 언론사의 저널리즘으로 AI를 훈련시켰다”면서 “언론의 자유를 위해 공정성과 경제적 기반도 보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미래에 대한 저항이 아니라 투명하고 지속가능한 생태계를 위한 요구”라며 “혁신과 정직은 서로 어울릴 수 있다”고 덧붙였다.
올해 총회는 ‘새로운 미디어 전략 완전 정복(Mastering Media’s New Playbook)’을 주제로 이날부터 6일까지 사흘간 열린다. 빠르게 성장한 AI 기술을 둘러싼 갈등과 기회가 주요 화두로 다뤄졌다. 특히 AI 학습에 관한 뉴스 사용료 문제를 둘러싼 첨예한 갈등 속에 “언론사의 광고 수익을 AI가 훔쳐가고 있다”는 말도 서슴없이 나왔다.
참석자 발언을 익명 보도하는 조건(채텀 하우스 규칙)으로 열린 ‘새로운 지정학적 환경에서의 미디어 정책’ 세션에선 특히 구글의 AI 검색이 뭇매를 맞았다. 구글 검색은 기존에 뉴스·웹페이지 등 관련 정보 목록을 보여줬다면,최근엔 생성형 AI인 제미나이를 활용해 검색 결과 상단에 답변 개요를 직접 보여준다.
이에 영국 변호사이자 시민운동가인 한 참석자는 “기자들이 쓴 뉴스 보도를 기반으로 만들어지는데도 비용을 내지 않고 내용을 훔치는 불법 서비스”라며 “기사 링크를 출처로 제공하지만 이용자 대부분이 이를 클릭하지 않아 언론사의 잠재적 수익이 침해당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최근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이 같은 빅테크의 미디어 불공정 경쟁을 비판하는 보고서(MDPMI Provisional Report)를 발간한 사례도 중요하게 다뤄졌다.
전통 미디어가 AI를 어떻게 새로운 수익원으로 삼아야 하는지에 관한 논의도 활발히 펼쳐졌다. 세계신문협회가 세계 각국의 뉴스룸에서 ‘AI 촉매’를 지원한 사례를 보면,요약·번역·검색 등의 영역에서 AI가 유용한 도구로 쓰였다. 협회의 전문가 패널인 그레고르 월러는 “서로 다른 사내 구성원들 사이에 AI 전략에 관한 통일된 관점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며 “AI 도구에 대한 교육이 필수”라고 강조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 언론 자유와 민주주의를 위한 논의도 이어졌다. 총회 개최지인 크라쿠프는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된 폴란드의 옛 수도로,우크라이나와 불과 250km 떨어져 있다. 이날 폴란드 미디어 아고라 그룹의 바르토 호이카 회장은 “서방 세계에서 우크라이나 국경을 넘기 전 마지막 정거장과도 같은 도시”라며 “이번 총회는 (민주주의가) 동쪽으로 향하는 길의 경유지에 불과하다. 우크라이나의 독립전쟁은 유럽 전체의 안전과 미래를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언론 자유를 위한 노력을 기리는 자유의 황금펜상도 우크라이나 독립언론이 받았다. 2022년 2월 러시아 침공으로 전쟁이 발발한 이래 꾸준히 지역 문제를 조명하고,러시아발 선동·가짜 뉴스와 싸워온 공로다. 모든 참석자가 기립박수로 연대를 표했다. 이날 옥사나 브로브코 우크라이나 독립지역언론 협회장은 수락 연설에서 “나는 여전히 보도하고 있거나,투옥됐거나,죽임을 당했거나,돌아오지 못한 수백 명의 우크라이나 언론인과 이 자리에 함께 서 있다”고 말했다. 브로브코에 따르면 지난 3년간 우크라이나에선 언론사 332개가 폐쇄되고 언론인 97명이 살해됐다. 그는 “우리는 용감해서가 아니라 침묵할 수 없었기 때문에 글을 썼다”며 “자유는 태어날 때부터 주어지는 게 아니라 매일,모든 말과 모든 선택,때로 삶 전체를 걸고 싸워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개막식에는 1983년 노벨평화상을 수상한 폴란드 사회운동가 출신 레흐 바웬사 전 대통령의 특별대담도 진행됐다. 바웬사는 1980년대 동유럽의 첫 자유노동조합을 만들었고,1990년 폴란드의 첫 직선제 대통령으로 당선돼 민주화를 이끌었다. 협회에 따르면 이번 총회에는 70개국 440여 개사에서 1000여 명이 참석했다.
※이 기사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지원을 받아 작성됐습니다.
크라쿠프 정주원 기자
4일(현지시간) 폴란드 크라쿠프 ICE 콩그레스 센터에서 열린 제76회 세계뉴스미디어총회에서 ‘자유의 황금펜’을 수상한 우크라이나 독립 언론인들. 사진제공=세계신문협회
4일(현지시간) 폴란드 크라쿠프 ICE 콩그레스 센터에서 제76회 세계뉴스미디어총회 ‘자유의 황금펜 상’ 시상식이 열렸다. 왼쪽부터 마사 라모스 세계편집자포럼 회장,올렉시 포고레로프 우크라이나 미디어비즈니스협회(UMBA) 회장,옥사나 브로브코 우크라이나 독립지역언론협회(AIRPPU) 회장. 사진제공=세계신문협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