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9-28 HaiPress
대구간송 광복80주년 기획전
이정의 '삼청첩' 전면 첫 공개
5만원권 그려진 '풍죽도' 눈길
이정 '풍죽'. 간송미술문화재단
신사임당 초상이 새겨진 5만원권 지폐 뒷면에는 매화와 대나무 그림이 겹쳐 있다. 어몽룡의 '월매도'와 탄은 이정의 '풍죽도' 이미지를 결합한 것이다. 16세기 왕실 화가였던 이정은 사군자 가운데 특히 대나무 그림의 대가였으며 조선 묵죽화의 기준점으로 평가받는다.
이정의 작품을 대규모로 감상할 수 있는 전시가 대구간송미술관에서 열린다. 올해 광복 80주년을 기념한 기획전 '삼청도도-매·죽·난 멈추지 않는 이야기'전에서다. 전시 제목 중 삼청(三淸)은 사군자 가운데 매화·대나무·난초를,도도는 물이 끊임없이 흐른다는 뜻을 가지고 있다. 선비의 기개와 절개 정신이 계속 이어지길 바라는 마음을 담고 있다.
이번 전시에서는 보물인 '삼청첩'이 최초로 전면 공개된다는 점에서 큰 주목을 받고 있다.
이정은 임진왜란 때 왜적에게 칼을 맞은 후 2년의 회복 기간을 거쳐 붓을 들었다. 그는 자신의 건재함을 알리고 무너진 조선의 자존과 사기를 북돋우기 위해 1594년 '삼청첩'을 완성했다. 이 작품에는 당대 최고 문인이었던 최립,한호,차천로가 글을 더했고 이정은 총 56면에 20면을 매·죽·난 그림으로 채웠다. 삼청첩 서문 한쪽에는 불에 탄 흔적이 역력하다. 병자호란 때 화재에 소실될 뻔했던 긴박한 상황을 짐작케 한다. 이후 19세기 일제 침탈기에 일본으로 반출되었으나 1935년 간송 전형필 선생이 이를 455원에 구입해 다시 대한민국에 돌아오게 됐다. 전인건 대구간송미술관 관장은 "그때 경성에서 좋은 기와집 한 채가 1000원이었다"며 "할아버지(전형필 선생)께서는 좋은 집 한 채의 절반 가격으로 삼청첩을 사신 것"이라고 설명했다.
세종대왕 고손자였던 이정은 자신의 위상에 걸맞게 당시 최고의 재료를 사용했다. 그는 검은 먹빛으로 물들인 비단에 금가루와 아교를 섞어 정교하게 붓질했다. 검은 비단에 금니로 그리는 기법은 불교의 사경에서 주로 사용하던 재료로,비쌌을 뿐더러 다루기도 쉽지 않은 고급 기법이었다.
전시에서는 이정의 대표작 '풍죽'과 유일한 인물화로 알려진 '문월도',우국지사인 이덕형과 오달제 등 작품 총 35건 100점을 선보인다. 전시는 오는 12월 21일까지.
[대구 이향휘 선임기자]
Powered by
perplexity
조선시대 사군자 예술이 선비 정신 형성에 미친 영향은?
일제강점기 문화재 해외 반출이 한국 미술계에 남긴 의미는?
검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