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5-06 HaiPress
매일경제·오픈업 상권 분석
예식장 결제 건수 1위 강남구
결제 4건 중 1건 차지해
비싼 가격 불구 ‘강남 몰빵’
서울 강남구의 한 예식장에서 결혼식이 열리고 있다. [매경DB] 서울 강남구 청담동에서 오는 9월 결혼식을 올릴 예정인 이채연 씨(30)는 요즘 청담동 피부과와 네일숍 등을 알아보며 한창 결혼 준비를 하고 있다. 이씨는 “돈을 모아봤자 강남에 집을 살 형편은 안 되니 결혼식이라도 강남에서 하고 싶어 청담동 예식장을 예약했다”고 말했다.
강남구에 위치한 A웨딩홀. 100종이 넘는 음식이 제공되는 뷔폐는 식대가 1인당 11만원이다. 생화 장식을 수놓은 웅장한 홀은 400명 이상 하객을 수용할 수 있다. 1000대의 차량을 주차할 수 있는 공간이 있고,인근 지하철역에서 워딩홀까지 셔틀버스도 운영된다. 대관료가 900만원에 달하지만 내년 3월까지 ‘풀부킹’이다.
결혼 인구가 감소함에 따라 예식장 줄폐업이 이어지고 있지만 결혼하는 커플의 강남 집중화 현상은 확대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격은 비싸지만 교통이 편하고,고급스러운 서비스로 우아한 결혼식을 연출할 수 있다는 게 인기 요인이다. 하지만 강남 집중화에 따른 양극화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실제 2030 인구 수 감소와 취업난 등으로 인해 결혼 건수는 매년 줄어들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결혼 건수는 2013년 32만2807건에서 2023년 19만3700건으로 40%나 감소했다. 결혼 건수 감소 여파로 전국 예식장 수는 2021년 686곳에서 2023년 581곳으로 줄었고,서울 예식장 수도 같은 기간 155곳에서 139곳으로 줄었다.
하지만 6일 매일경제가 핀테크 기업 핀다의 상권 분석 서비스 오픈업과 함께 분석한 결과,결혼 적령기 커플의 ‘강남구 몰빵’ 현상은 오히려 두드러진다.
자료=오픈업
2020년부터 지난해까지 강남구 예식장 결제 건수를 분석해 보니 2020년 9만9684건에서 2022년 15만4385건을 거쳐 지난해 15만9138건까지 늘었다. 서울시 예식장 결제 건수 4건 중 1건이 강남구 예식장에서 이뤄진 것으로나타났다. 지난해의 경우 강남구에 이어 2위 중구(15만5245건),3위 서초구(13만9511건),4위 관악구(5만9362건),5위 송파구(4만4161건) 순이었다.
결혼 강남 몰빵 현상에도 불구하고 비싼 가격에 대한 불만은 계속 쏟아지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이 끝난 뒤 웨딩 업계에서 식대와 스드메(스튜디오·드레스·메이크업),웨딩홀 대관료 등 가격을 대폭 올렸기 때문이다.
2년 사귄 여자친구와 결혼을 준비하고 있는 김태현 씨(36)는 혼인신고부터 하고 결혼식은 추후에 올릴지 계획이다. 직장 생활을 한 지 얼마 되지 않아 결혼식 비용이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김씨는 “결혼식에 왜 비싼 돈을 써야 하는지 모르겠다”며 “결혼은 진실된 마음이 중요한데,한국 사회가 보여주기식 문화로 점철되는 것 아닌가 걱정된다”고 꼬집었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강남구는 결혼과 관련된 헤어,네일,의류 등 고급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는 곳이 많은 소비 지향적인 곳이기 때문에 비싼 가격에도 불구하고 예식장 수요가 많다”고 말했다. 곽 교수는 이어 “불경기 속에서 경제 양극화의 단면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는데,강남에서 결혼을 못하면 ‘루저’ 소리를 들을까 걱정하는 심리적 양극화가 사회 문제로 비화될까 걱정”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