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9-28 HaiPress
생성형 AI가 예측한 노벨상 수상자는
구글 제미나이는 "울리츠카야"
심사위원 정치성향·사용언어와
최근 20년간의 국가·지역 안배
근래 수상 모멘텀 고려해 평가
킨케이드·라슬로·애트우드 등
세계문학 거장들 이름도 거명
'노벨문학상의 역사는,알프레드 노벨의 불분명한 유언을 해석하려는 일련의 시도로 보인다.'
스웨덴 한림원 문학사가 셸 에스프마르크의 2025년 저서 '노벨의 사명 120년'에 담긴 한 문장이다.
알프레드 노벨은 유언장에 '문학 분야에서 이상적인 방향으로 가장 뛰어난 작품을 창작한 사람에게 수여한다'는 문장을 남겼는데,이때 '이상적인 방향(스웨덴어 idealisk riktning)'을 어떻게 해석할지를 두고 숱한 논란이 이어져 왔다. 누군가는 이를 '예술적 이상'으로,또 다른 누군가는 '인류의 삶에 기여할 이상적인 정신성'으로 넓게 해석했기 때문이다.
예술적 이상의 추구든 이상사회의 구현이든,자기만의 이상과 신념을 일생에 걸쳐 펼쳐온 올해 노벨문학상 수상자가 10월 9일 오후 8시(한국시간) 발표된다. 작년 한강 소설가의 노벨문학상 수상으로 거대한 환호가 한국사회를 휩쓴 지 1년,올해는 과연 누가 '노벨의 뮤즈'의 선택을 받을까.
28일 올해 노벨문학상 수상 가능성이 높은 작가를 생성형 인공지능(AI)을 학습시켜 예측한 결과,챗GPT는 루마니아 작가 미르체아 커르터레스쿠를,구글 제미나이는 러시아 작가 류드밀라 울리츠카야를 각각 1순위로 꼽았다. 이 순위는 안데르스 올손 노벨문학상 심사위원장을 비롯한 5인의 종신 심사위원의 성향과 사용 언어,2000년 이후 노벨문학상의 지역·국가 안배,최근 2~3년간 작가별 수상 모멘텀(굵직한 문학상 수상 등) 등을 종합한 내용으로 이뤄졌다.
당초 노벨문학상 발표 시기를 앞두면 언론계와 평단은 대개 유럽에선 합법인 '노벨문학상 배팅 사이트'의 배당률 순위를 주요 근거로 활용했으나,배팅 사이트 나이서오즈(Nicer Odds)가 이달 중순 공개한 배당률 순위에는 이미 사망한 작가들이 이름이 뒤섞이는 등 신뢰도가 낮았다. 노벨문학상은 생존 작가에게만 주어진다. 생성형 AI를 활용한 예측 역시 사용자의 질문이나 학습 정도에 따라 결과 값이 다른 단점은 있으나 AI의 예측은 인간의 오류를 줄인다는 점에서 참고할 만하다.
챗GPT가 1순위로 거론한 미르체아 커르터레스쿠는 게오르크 뷔히너상,토마스만상,더블린문학상 등 최근 10년간 유명 문학상을 받은 점이 높게 평가됐다. 또 최근 노벨위원회는 작년 한강 작가를 비롯해 비(非)서구권 작가를 선택하는 실험적 성향을 보여왔는데,루마니아어를 사용하는 작가 가운데 노벨문학상 수상자가 전무하다는 점과 성별 안배 측면에서도 여성 작가보다는 남성 작가를 택한 것으로 보인다. 주제 면에서도 '개인적 기억과 집단의 억압'에 가점을 줘온 근래 한림원의 선택에도 부합한다.
특히 커르터레스쿠는 한국어로 번역 출간된 작품이 '멜랑콜리아' 한 권뿐일 정도로 덜 알려진 작가이지만 해외에선 주요문학상을 석권하고 있고,작년 유럽에선 그의 초현실주의 소설 '솔레노이드'가 호평을 받았다.
2위는 카리브 출신 미국인으로 탈식민문학의 거장인 저메이카 킨케이드,3위는 8시간짜리 영화 '사탄 탱고'의 원작자인 헝가리 묵시록 문학의 마에스트로 크러스너호르커이 라슬로,4위는 러시아 정부의 억압에 저항한 상징적 존재인 류드밀라 울리츠카야,5위는 시리아 시인 아도니스였다.
챗GPT는 남성 작가를 상위권에 주로 거론한 반면,구글 제미나이가 예측한 노벨문학상 작가는 1~3위가 모두 여성이어서 차이가 컸다. 1위는 류드밀라 울리츠카야,2위는 마거릿 애트우드,3위는 찬쉐였다. 이에 대해 제미나이는 답변에서 "울리츠카야는 단순한 여성 작가를 넘어 정치적 억압에 저항하는 러시아 작가란 특수한 상징성을 지니고 있다. 그녀의 수상이 가져올 국제적 메시지와 파급력이 '연속 여성 수상'이란 통계적 부담을 상쇄할 만큼 크다고 본다"고 썼다. 울리츠카야는 지하출판물(사미즈다트)을 소지·유포했다는 혐의로 다니던 연구소에서 해고되는 등의 전력이 있는 작가다.
제미나이가 2순위로 본 애트우드가 노벨문학상의 주인공이 된다면 이는 상대적으로 스웨덴 한림원이 내린 '안전한' 선택의 결과일 수 있다. 애트우드는 세계적 명망을 가진 페미니즘 문학의 상징적 인물로 그의 수상은 노벨문학상 발표 이후의 부차적인 논란을 완벽하게 피해갈 수 있다. 수많은 문학 전문가들로부터 그의 노벨문학상 수상은 수년간 예견돼 왔다.
또 제미나이는 찬쉐와 옌롄커를 3위와 4위로 예측했는데 최근 3~4년간 수상 후보 1순위로 거론됐던 찬쉐의 경우 '아시아 최초의 여성 노벨문학상'이란 타이틀을 한국이 가져왔기에 지역 안배 측면에서 순위가 예년에 비해 낮아진 것으로 해석된다. 중국 최다수 금서를 남긴,반체제 우화 소설의 대표 소설가인 옌롄커도 늘 유력 후보로 거론되지만 아시아 작가란 측면에서 가능성이 커 보이진 않는다.
챗GPT와 제미나이가 예측한 또 다른 작가로는 세사르 아이라,무라카미 하루키,살만 루슈디,앤 카슨,다와다 요코,누루딘 파라,제럴드 머네인 등이었다. 2025년 노벨문학상 수상자의 이름은 스웨덴 한림원 2층에서 마츠 말름 스웨덴 한림원 종신 사무총장이 발표하며 노벨재단 홈페이지와 유튜브 등에서 생중계된다.
[김유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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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문학상 선정 기준 논란의 배경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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